[글. 김나영]
“행복은 내가 만드는 것이며,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어릴 때의 내 꿈은 예쁜 집을 갖고 사는 것이었다. 그래서 블록 놀이를 할 때 나는 항상 집을 만들었다. “나는 2층 집에 계단이 있고 방이 몇 개 있는 아담한 집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었다. 그래서 매번 집의 인테리어를 다르게 생각해서 만들었다. 하루는 동네 어르신이 내가 집을 만드는 것을 보고는 “공부는 안 하고 허구한 날 그러고 놀고 있냐.”라며 한 마디 하고는 지나갔다. 지금 와서 기억을 떠올리면 나는 그 이후로 블록 집 만들기를 그만둔 시기였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살면서 바쁘다고 잊고 살았던 것이 참 많다. 나는 귀국 후에 내 집을 사서 마당에 예쁘게 꽃과 나무를 가꾸며 지내는 것을 꿈꿔왔다. 그런데, 지금은 코로나에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물가 인상과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지금의 내 형편으로는 내 집 마련도 어렵게 되었다. 장사가 안 되는 것 이외에 딱히 생활에 불편한 게 없다 보니, “그냥 지금처럼 LH에서 기초수급자로 지내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그저 “업을 유지할 수 있는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보자.”라고 생각하며 매일 해야 되는 일을 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매장 마무리를 하고 있는데 어떤 남성이 문을 열고 들어가서 스티커 한 장을 건네주는 것이었다. 간판업자였다. 우리 매장 앞에 입간판이 너덜너덜한 것을 보고 들어오신 것이다. 그래서 견적을 물어봤다. 나는 입간판 천 갈이만 하고 싶었지만 보통 간판 업자들은 “저 입간판은 천 갈이는 할 수 없고 새로 맞추셔야 해요.”라고 늘 들어왔기 때문에 비용이 부담되어 손보지 못하고 있던 차였다. 그래서 나는 “이 입간판의 천 갈이만 가능해요?”라고 물었더니 “예. 천 갈이만 해 드릴 수 있어요. 입간판 2개 앞뒤 총 4장이면 20만 원에 해 드릴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보통 새로 입간판 한 개 맞추면 40만 원인데, 천 갈이만 20만 원에 해 주신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분에게 의뢰를 했다.
“나 커피 한 잔 주세요.”라고 말씀하시길래 아메리카노 한 잔 내려드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랬더니 계산을 하신다며 카드를 내어 주셨다. “아, 제가 대접해 드리는 건데요.”라고 했더니, “무슨 말씀을. 이건 제가 계산해요. 간판을 갈아야 하게 되면 사장님이 돈을 내면 되죠.”라며 계산을 해 주셨다. 그 후로 매장 앞 야장의 구석구석 낡아서 벗겨진 곳들을 재료들을 사 오셔서 손봐주셨다. 나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너무 순수해서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하신다.
“사장님 이 화분들 어떻게 버려요?”라고 화분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간판 사장님에게 물었다. 낡은 화분들이라서 처분하고 야장 앞을 깔끔하고 하고 싶었다. 그랬더니 간판 사장님이 “이 화분들 버리지 마시고 예쁜 꽃들을 심으세요. 그리고 예쁘게 가꿔보세요.”라고 말씀하시길래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하지만 가드닝이라는 것을 동경만 해왔지 어떻게 꽃을 심어야 하는지 방법을 몰랐다. 며칠 후에 사장님이 종로에 갔다가 백합과 튤립 씨앗을 사 오셨다며 씨앗 5개와 함께 꽃삽을 가지고 오셨다. “같이 심어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3월 마지막 주에 이 씨앗 5개를 빈 화분들에 채워 심었다. 이게 가드닝의 첫 단추가 되었다.
나는 꽃삽을 드는 순간, 마치 어릴 때 소꿉놀이를 하던 때로 되돌아 간 듯 재미와 희열을 느꼈다. 각성할 때처럼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동심이 깨어나는 순간을 맛봤다. 나는 매주 꽃집에 가서 모종을 사러 갔고 예쁜 꽃들로 매장 앞을 예쁘게 꾸미기 시작했다. 꽃을 심은 후에 나는 꽃을 보러 자주 야장으로 나갔다. 그리고 분무기로 정성껏 물을 뿌려 줬다. 내가 꽃들에게 물을 뿌려주고 꽃들을 바라볼 때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장미에 물을 뿌려 주는 장면이 떠오르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꽃잎에 미끄러져 내려가는 물처럼 내 마음이 맑고 깨끗하게 정화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콧노래가 나왔다. 꽃을 바라보자니 나 자신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매장 앞의 풍경과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정겹게 느껴졌다.
내 집을 마련하면 정원을 예쁘게 꾸미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지 정작 내가 몸담고 있는 공간에서 꿈을 이뤄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까지 이 공간에 몸담고 있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몸담고 있는 동안 이 공간은 새로운 취미가 된 가드닝으로 예쁜 정원을 가꾸며 나 자신이 더 많이 행복감을 느껴보기로 했다. 사실, 나를 위한 것이지만 내가 꽃을 돌보고 있을 때마다 지나가던 동네 아주머니들이 꽃이 예쁘다며 나에게 말을 건넨다. 그렇게 동네 아주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손님들도 오셨다가 꽃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가신다. “왜 그동안 이런 걸 모르고 살았을까?” 꽃이 나에게 주는 행복이다. 이런 행복을 알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간판집 사장님은 신이 나에게 보내주신 천사임에 틀림없다.
[작가 프로필]
커피 로스터. 코페아신드롬 대표 및 국제표준메타영성협회 협회장.
커피를 매개로 세상과 소통하며, 사람의 내면과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관찰하고 기록한다.
지은 책으로 《코페아신드롬 커피 테이스팅 가이드》가 있다.
두 번째 책 곧 출간 예정
☕ 코페아신드롬: https://linkseller.net/coffeasyndrome
🌿 국제 표준 메타영성 협회: https://cafe.naver.com/universemesse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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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타인을 용서하고, 나를 다독거리는 마음으로 타인을 다독거려야 합니다. 황금의 빛이 마음에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고, 애욕의 불이 마음에 검은 그을음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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