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우주의메신저

맹자의 〈고자장〉에는 하늘이 어떤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고 할 때, 반드시 역경과 시련을 먼저 내린다는 구절이 있다.
어느 해 초여름, 나에게 휘몰아친 절박한 상황들이 바로 그러했다. 한 차례 모진 시련을 겪어야만 했던 그해 여름. 울다 울다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때, 실없이 웃음만 터져 나올 정도로 멍한 두 달의 시간이 마치 20년의 세월처럼 정신없이 흘러가 버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그 모든 절망은 나를 각성하게 만들기 위해 반드시 치러야 했던 특별한 이벤트였다는 것을. 그리고 이 모진 일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하늘에서 치밀하게 계산하고 기획한 신들의 프로젝트이자, 시나리오의 일부로 속세에서 실시간 상영 중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엄마, 나 자살할 거야
나는 골목 구석에서 작은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50대 자영업자다.
과거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가 혼기가 한참 지나서야 결혼을 한 탓에, 늦은 나이에 겨우 보석 같은 아들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세속의 거친 풍파 속에서 어느덧 중학생이 된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이 내 삶의 유일한 낙이자 행복이었다.
오랜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한 나는 동네 한편에 아담한 카페를 차렸다. 일본에 머무는 동안 현지의 내노라하는 커피 장인들에게 직접 사사하며 기술을 배웠다. 유수의 커피 대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했을 만큼, 내 손끝에서 탄생하는 커피만큼은 그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 가게를 오픈할 때까지만 해도, 커피 맛이 워낙 훌륭하니 멀리서도 손님들이 줄을 서서 찾아오는 명소가 될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완벽한 오판이자 나의 착각이었다.
내 커피를 맛보러 일부러 찾아오는 소수의 마니아들을 제외하면 가게는 늘 한산했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매출이 곤두박질치자 자영업자로서의 깊은 회의감이 밀려왔다.
‘왜 나는 돈을 못 벌까?’
홀로 쓸쓸히 신세 한탄을 하거나, 간간이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에게 보석 같은 아들 자랑을 늘어놓는 것만이 지친 일상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그런 힘겨운 하루 중에서도 내가 손꼽아 기다리는 가장 큰 즐거움이 하나 있었다. 바로 오후 3시 10분, 어김없이 걸려 오는 아들의 전화였다.
아이는 학교 일과가 끝나 교문 밖을 나서면 언제나 나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걸었다.
“엄마, 지금 학교 끝났어요.”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아들의 맑은 목소리를 마주할 때야 비로소 내 얼굴에 온전한 미소가 번졌다.
“우리 아들, 오늘 하루는 어땠어? 친구들하고는 잘 지냈고?”
아이의 안부를 다정하게 물으며 상태를 살피는 동시에, 특목고 진학을 목표로 삼은 아들의 촘촘한 하루 스케줄을 꼼꼼히 체크하고 관리해 나가는 것이 내 일과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였다.
가게 앞 길목에 하나둘씩 들어선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 때문에 손님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렇게 한산해진 오후, 특목고 입시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며 아들의 전화를 기다리는 것으로 간신히 시간을 때우고 있을 때였다.
이윽고 시계 바늘이 오후 3시 10분을 가리키자 거짓말처럼 아들의 전화가 걸려 왔다.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반가운 목소리로 수화기를 들었다.
“우리 아들, 학교 끝났어?”
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돌아온 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차분하고 나지막한 아들의 목소리였다.
“엄마, 나 자살할 거야.”
아이는 침착하면서도 담담하게 말을 내뱉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마비되며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뭐?! 안 돼!!!”
▶ 출판사 및 작가 상세 정보 및 커뮤니티: https://linkseller.net/coffeasyndr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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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타인을 용서하고, 나를 다독거리는 마음으로 타인을 다독거려야 합니다. 황금의 빛이 마음에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고, 애욕의 불이 마음에 검은 그을음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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